1.
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봤다. 처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알게되고 재밌게 본게 70회니, 거의 30년 쯤 되어간다. 타이타닉이 온 무대를 휩쓸던 해였는데, 물론 지금처럼 생중계는 안되었고 KBS에서 유지나평론가와 어떤 남자분(기억안남)이 주요 시상부문을 편집한 화면에 해설과 자막을 달아 60분 분량으로 그것도 새벽에 했던게 기억이 난다. 나는 또 그걸 기다렸다 비디오 테이프에 녹화해서 수십번 봤다. 그게 왜 그렇게 재밌었을까나ㅋㅋㅋ
아무튼 그 뒤론 매해 챙겨보진 못했어도 누가 배우상을 타고 감독상을 타고, 어떤 노래가 주제가상을 탔는지, 어떤 영화가 각본상, 작품상을 탔는지 찾아보긴 했었다. 될 수 있으면 주요 영화들은 찾아보기도 했고.
오랜만에 생중계로 본 아카데미는 그 옛날의 추억과 이제는 다 늙어버려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그 시절의 배우들이 있었다.
백발에 목소리가 쉬어버린 팀 로빈스, 완전 할아버지가 된 아놀드 슈워제네거... 늙었지만 귀여우신 우리의 스티븐 스필버그까지ㅋㅋ
물론 나도 많이 늙었다고 봐야 한다. 비디오 테이프에 시상식을 녹화해 여러번이고 돌려보던 열 세살 까까머리 중학생은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같이 늙어간다는 생각이 들어 좀 슬프기도 했지만 그들과 동시대를 살아가고 또 그들의 연기나 영화를 보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하니 또 좋았다.
2.
수 많은 논란거리를 만드는 아카데미 답게(?) 올해의 논란은 아쉽게도 국내에 팬들이 많은 로다주와 엠마 스톤이 그 중심에 있다. 양자경의 ‘사실은 이렇다’ 코멘트에도 쉽게 정리되지 않는 상황이다.
일이 이렇게까지 커진건 평소와는 다른 시상 형식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작년 시상식 수상배우 한명이 나와 올해의 수상자에게 트로피를 수여하는 형식이었다면, 올해는 그 부문의 역대 수상자 다섯 명이 한번에 무대에 나와 올해의 후보들에 대한 지명과 각 후보의 연기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멘트를 하게 했다. 물론 더 드라마틱하고 화려한 시상식을 위한 방법이었고, 그리고 후보를 지명하고 시상을 하는 장면 자체는 정말 감동적이었지만. 결국엔 생각지도 못한 논란만 야기한 샘이 됐다. 그 두 배우에 대한 친근함과 기대치가 있었기에 누가 해명을 하든, 이미 보이는 대로만 믿는 대중들은 쉽게 설득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어쩜 근래의 시상식에서 계속 회자될만한 논란거리가 생긴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생각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