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족을 봤다

2013. 5. 28. 02:46


식구란게 별거있냐. 같이 밥먹고 살면 식구인거지.



점점 그 의미가 퇴색되어가는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송해성감독작품.

그간 가족이야기를 다룬 영화, 그것도 막장가족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은 많았지만
이처럼 막장가족은 없었다.

싸우고 지지고 볶고 해도 결국엔 가족인걸,
평소엔 느끼지 못하다가 힘들때, 곤경에 빠질때 그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지만
이미 그때는 늦었다..... 는
진부하지만 항상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주제가 바로 가족이야기다.

고령화가족도 이러한 가족영화의 공식을 충분히 따르고 있다.
송해성감독은 또다른 가족영화 괴물이나 좋지아니한가를 의식하지 않고 만들었다고는 하나,
그 무의식이 고령화가족을 여느 가족영화처럼 만들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런 진부한 이야기를 끌고가는 연기자들의 연기는 꽤나 대단하다.
감독의 친모이름을 차용한 어머니역의 윤여정배우나,
실제 백수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되었다는 윤제문 배우,
그리고 괴물에서 가족영화를 경험한 박해일 배우
(조카를 찾아다니는 장면에서는 영락없는 괴물에서의 모습이 오버랩!)
파격적인 이혼녀로 연기변신 공블리 공효진,
그리고 빵꾸똥꾸의 이미지를 벗어난 신의 한수 진지희배우까지.
어느하나 빠질 수 없는 명품연기를 선보인다.



항상 같이 살지만 너무 가깝고 허물없이 지내도 이상한 게 가족아닐까.
고령화가족의 가족들도 서로 치고박고 욕을 하지만
정작 서로를 위한 잘한짓은 얘길하지않는다.
쑥쓰러운것도 있고, 조잘조잘 얘기하는 것보다 쨘 하고 나중에 멋쩍게 들키는 것도 나쁘지 않은거다.

이런점이 우리네 사는 가족이야기와 닮았다.



가족의 모든 구성원들이 힘들게 살아가는 요즘세상이다.

영화를 보고나면 요즘 연락 뜸했던 형제자매생각이 나고
어릴적 없는 살림에도 고기를 구워주시던 엄마의 모습도 생각이 난다.


한가지, 이 영화엔 아버지가 막바지에 아주 미비하게(!) 쪼끔 등장한다.
역할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지만 등장한 뒤로 내뿜는 미친 존재감은 숨기기 힘들더라.
우리의 아버지들도 그렇지 않은가. 어쩔땐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힘이 되고,
어머니 옆에 계셔 주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그런 느낌.





시나리오는 감독과 작가가 쓴다지만 결국 극을 이루는 주요 요소는 배우다.

이 영화가 배우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다.

이미 결말이 보이는 영화, 게다가 소설 원작이 있는 영화라서 더 그렇다.
(소설원작의 영화가 왜 원작을 뛰어넘을 수 없는걸까.)






megabox central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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