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소설 삼체를 읽는 동안 백악관의 모든 일들이 하찮게 여겨졌다’ 라고 말했다던 화제의 그 작품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를 봤다. 보고나서 그 깊은 세계관에 한동안 들어가 있었고, 의미심장한 저 멘트가 말이 되는 것도 같았다.
인류는 과연 지구에 존재한 생명체 중에 가장 위대한 존재일까? 그러한 자격으로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게 타당한 것일까 생각을 아니 해볼수 없는 그런 주제를 담고 있다고 본다. 극중 인물들이나 시리즈를 보는 시청자들이나 모르는건 매 한가지이기 때문에, 삼체인들이 지구인들을 길들이는 듯한 설정들은 보는 사람들마저 길들이는 듯한 생각이 들게 해서 참 흥미로웠다.
중국의 문화대혁명과 얽힌 주인공의 심정과 마침 그때 도착한 삼체인의 메시지, 그리고 공교롭게 혼자서 메시지를 받게 된 물리학자 등등 설정 자체도 흥미진진하다.
적재적소에 쓰인 다섯 친구들의 역할도 버릴 인물 하나 없도록 정교하게 씌였다. 1960년대와 문화적, 학문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다섯의 천재과학자들이 친구로서의 의리나 매너는 지켜가면서도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습들이 스트레스를 유발하지 않았다. 주요 인물 중 누구하나 발암 유발자가 없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첫 시리즈의 마지막을 맺는 장면도 마무리보다는 다른 국면의 시작을 얘기하는데,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2.
밤하늘이 윙크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세상의 모든 디스플레이에 인류를 경멸하는 메시지가 띄워진다.
그런가하면, 어떤 과학자의 시야에는 뜻모를 카운트다운의 시간이 흐른다.
거대한 화물선을 개조한 ‘심판일’호가 파나마 운하에 들어섰을 때만 해도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갑판에서 물 호스가 끊기고 난 뒤의 엄청난 장면들은 다시는 보고싶지 않은 시퀀스일만큼 충격적이었다.
이 시리즈에는 이처럼 실제로 일어나면 안되는 엄청난 충격적인 장면들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원인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이러한 코스믹 호러한 장면들은 수많은 떡밥이 되지만 나중에는 거의 대부분 회수되는 것도 이 시리즈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