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적인 즉흥
서로 맞지 않은 두 단어가 함께 물려있다.
내가 예전부터 SNS 대문에 자주 달아놓았던 문구다.
나는 일단, 계획이 있어야 움직이는 사람이며, 그 틀안에서 조금의 차질이 생기면 얼른 차선책을 세워야 하는 - 소위 말하는 J형 인간에 가깝다.
하지만 가끔은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데, 이것 또한 계획적이며, 큰 틀안에서 제한적이다. 그럴수 밖에 없더라.
얼마전 즉흥적으로 제주도를 급히 가게 되었는데, 떠나기 전날 밤에 예매, 발권했다. 숙소와 차도 예약했다. 벌써부터 계획적이다.
떠나는 날 오전엔 심지어 오래전에 예약되어 있는 큰 병원에 가야했다. 그리고 늦어져서 비행기를 못 탈 뻔했지만 어쨌든 제시간에 공항에 갈 수는 있었다. 물론 병원에서 내 앞의 대기 인원수를 보며 정말 조마조마한 시간을 보냈고, 정말 못탈 뻔도 했다.
제주도에 가서도 일정은 연쇄적으로 틀어졌지만, 그때 그때 새로운 계획을 세워가며 시간을 보냈다. 그럴 수 밖에 없더라. 다만 스트레스는 받지 않았다.
아무튼 이렇게 즉흥적이지 않은 즉흥에 맡겨 어딘가를 다녀오면, 그 순간은 인생에 오랜 기억의 공간에 남는 것 같다는 말이지.
머 그다지 그런 경우가 없기도 하지만, 몇 번의 즉흥여행은 그 순간 순간이 지금도 떠올라서 바쁘고 복잡한 순간에도 잠시나마 웃게 된다.
이번의 짧은 여행도 오랜 기억의 공간에 남을 수 있는 그러한 순간의 연속이 될 것만 같다.
또 다른 즉흥의 이야기
CGV 영등포의 아이맥스 개관시사에 당첨됐다.
관람일정은 당첨 소식을 들은 저녁시간의 다음날 오전.
그때서야 영등포에 계신 지인분에게 연락하고 마침 출근이라 하셔서 마음놓고 극장 방문.
여러 흥미로운 곳을 방문하고 극장 운영상 유의미한 도움을 드리기도 했다.
마침내 새로 오픈한 아이맥스관에 입장.
구식 아이맥스에서는 볼수 없었던 또렷하고 밝은 화면, 작은 공간만큼 기대에 꽉 찬 단단한 사운드.
정말 오랜만에 고품질의 영화관을 통한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개인적으로 설계단계부터 지어진 아이맥스보다, 리뉴얼하여 조성한 아이맥스관이 난 좋다.
덜 화려하며, 어쨌든 과하지 않아서 좋다. 사람도 많이 없다.
머 암튼 계획의 틀 안에 있는 즉흥에 대한 이야기를 즉흥적으로 써본다.